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예상(10%)을 뛰어넘는 25% 관세를 예고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는 100여만 대에 관세 폭격을 맞아 9조 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내년부터 자국 메모리 생산을 늘릴 미 마이크론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이 클 것이다. 바이오 시밀러 중심으로 K-바이오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일까지 국가별 관세·비관세 장벽 실태를 보고받은 뒤 4월 2일 맞춤형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다.

따라서 4월 2일까지의 40일이 대미 통상 협상의 골든타임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8일 관련 부처 장관들과 6차 수출전략회의를 열면서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 관계자들도 불렀다. 19일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이 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업체 대표들로 사절단을 꾸려 미국으로 떠났다. 20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업종별로 관세 대응책을 점검하는 민관협의회를 열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9개 민간 연구소 대표들과 머리를 맞댄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재로썬 민·관 공동 대응이 가장 효과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안을 거래와 협상으로 본다. 이번에도 “상대방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 미국에 공장이 있으면 관세는 없다”고 했다. 관세를 지렛대 삼아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미국 내 일자리 기여도는 한국이 17%로, 중국(9%)·일본(9%)을 제치고 1위였다. 이런 성과와 투자 플랜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그는 예외는 없다면서도 ‘관세 예고→발표→협상 후 유예’ 패턴으로 항상 협상 여지를 열어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협상을 선호하는 만큼 통상전문가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도 서둘러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