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 충격은 예견됐던 일
챗GPT 성능 향상 속도는 둔화
저비용 고효율 흐름은 필연적
스타트업 성과인 게 진짜 충격
한국 연봉은 딥시크의 4분의 1
AI 인재 유출 막을 보상책 시급
지난 설 연휴에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을 발표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미국의 AI 기술 주도가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AI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7% 하락했는데 이는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큰 폭락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러한 주가 급락은 딥시크의 등장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줬음을 의미하지만, AI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딥시크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22년에 챗GPT가 처음으로 공개된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이후 챗GPT의 성능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 향상 속도에는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술이 정체되면 후발 주자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딥시크와 같은 기업의 등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국의 AI 기업들은 여전히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해서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기존 챗GPT보다 한 단계 발전한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계속해서 값비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들여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같이 대규모 자금을 AI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겠다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
반면, 딥시크는 AI의 성능 향상 속도가 둔해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발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R&D)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딥시크의 AI 개발 비용이 챗GPT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이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실제 비용은 높았지만 이를 축소해서 발표한 게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AI 반도체 전문가의 관점에서 이러한 논쟁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AI 개발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낮아지는 게 필연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 발전을 설명하는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약 18개월마다 성능이 2배 향상된다. 이는 같은 성능을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따라서, 2022년 개발된 챗GPT에 비해 올해 개발된 딥시크의 비용이 훨씬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드웨어 발전뿐만 아니라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서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예전의 AI 모델들은 32비트를 사용해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딥시크는 8비트만 사용하는 방법을 적극 활용했다. 8비트를 활용하면 32비트 대비 복잡도가 4분의 1로 줄어든다. 또한, AI 모델에서는 곱셈이 많이 사용되는데, 그 복잡도가 데이터 길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딥시크처럼 8비트를 사용하면 16분의 1로 비용이 줄어든다. 이 밖에도 다양한 최적화 기술을 조합하면, 기존보다 몇십에서 몇백분의 1 저렴한 비용으로 AI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챗GPT와 같은 AI를 구현하는 비용을 급격히 낮추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딥시크의 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도 AI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비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딥시크는 성공을 거뒀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표적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인재 확보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AI 분야 개발자의 연봉이 딥시크 채용 연봉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언론 기사가 있었다. 또한, 1995년생인 딥시크의 주요 개발자는 대기업으로부터 연봉 약 20억 원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처럼 인재에 대한 보상 수준이 선진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큰 차이가 난다면, 우리나라가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우수한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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