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자동차·반도체에도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발표에 이은 조치로, 한국 주력 상품이 줄줄이 사정권에 들어갔다. 자동차는 지난해 대미 수출 1위(347억 달러), 반도체는 107억 달러로 2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며 현지 생산을 압박했다. 전체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두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신용평가사인 S&P는 “20%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기아차 영업이익이 19%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3주일을 넘기면서 협상 패턴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정상 간의 담판 방식을 선호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한 뒤 “호주에는 무역흑자인 점을 고려해 철강 관세 예외를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톱 다운 방식으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건 받는 실용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대미 직접투자 잔액이 7833억 달러로 세계 1위”라며 “대미 투자액을 1조 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해 환심을 샀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같은 취급은 안 할 것”이라며 호주처럼 관세 회피를 장담한다.

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못 한 상태다. 한덕수 총리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등 국가 리더십 부재가 더욱 뼈아프다. 한국의 2023년 대미 직접투자는 215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정상 간 소통으로 ‘한국=머니머신’ 식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놓는 일이 시급하다. 20대 그룹 CEO의 민간 경제 사절단만으론 부족하다. 최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직통 채널을 열어야 한다. 주요 상품들의 관세 부과까지 한 달의 시간이 있는 만큼 방미(訪美)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