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명령 불이행”…미 법원, 판결 통해 첫 ‘적시’

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 로드아일랜드 주 연방법원이 ‘연방 정부가 주 정부에 대한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을 철회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어겼다’는 판결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사법부의 명령을 위반하고 있다고 적시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TY)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존 매코넬 주니어 판사는 이날 지난달 자신이 내린 법원 명령을 행정부가 문구 그대로 준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명령이 "명확하고 모호함이 없으며, 피고들이 명령을 따르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전혀 없다" 밝혔다.

이날 판결은 J.D. 밴스 부통령이 "판사는 행정부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막을 수 없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힌 다음 날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헌법적 위기가 촉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빅토리아 너스 미 조지타운대 법학센터 교수는 "대통령이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없는 권한을 행사하려는 패턴"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 일부가 법원의 판결이 오히려 문제라고 주장한다.

보수 단체 Article III 프로젝트 마이크 데이비스 책임자는 "행동주의 성향 판사들이 대통령의 제2조(Article II) 권한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속인주의 국적 폐지,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화부에 재무부의 지불결제 시스템 접근권 부여 등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막아달라는 소송이 현재 40건 이상 제기된 상태며 법원은 트럼프의 조치가 법률 위반이라는 판결을 거듭 내리고 있다.

앞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때까지 수십 억 달러의 연방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대해 매코넬 판사는 지난달 27일 "의회가 주(州) 정부에 배정한 메디케이드, 학교 급식, 저소득층 주거 보조금 및 기타 필수 서비스 자금을 행정부가 ‘중단, 동결, 저지, 차단, 취소 또는 종료’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법원 명령을 무시한 채 지불을 재개하지 않자 민주당 소속 22명의 주 법무장관이 지난 7일 맥코넬 판사에게 백악관이 법원 명령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지난 9일 일부 지원금 지불 유예가 OMB의 조치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매코넬 판사의 지난 주 지불 유예 중지 명령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매코넬 판사가 10일 판결에서 "자금 지급 중단이 법원의 일시적 제한 명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적시해 법무부 주장을 기각했다.

맥코넬 판사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백악관이 법원 명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했다.

판사는 10일 판결에서 "개인이 법률을 사적으로 판단하고 법원의 명령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해당 명령이 궁극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형사상 법정 모독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코넬 판사는 그러나 백악관을 법정 모독으로 판단하거나 구체적 처벌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밴스 정부의 모든 행정 조치가 완전히 합법적이므로, 이에 대한 모든 법적 도전은 미국민의 의지를 약화하려는 시도에 불과"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결국 법정에서 최종 승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일에는 로렌 알리칸 워싱턴 연방 판사가 동결된 연방 지원금 지급을 명령하도록 판결했다.

박준우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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