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정부, 2020년 군인 연가보상비 삭감…퇴역 군인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
법원 "연가비를 퇴역연금 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재량사항, 완전한 공평은 불가능"
"퇴역연금 산정 방식에는 하자 존재" 처분 취소 결정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군인 연가보상비 예산을 삭감해 퇴역연금을 깎은 것은 입법자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전역한 군 간부 A 씨가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군인연금 급여지급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판결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재난지원금 등 예산이 필요해지자 2020년 군 연가보상비 예산을 삭감했다. A 씨는 1989년부터 2021년까지 군인으로 복무하다 퇴역했는데 퇴직금에서 연가보상비가 빠진 것을 발견했다. A 씨는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위원회에 군인연금급여 취소심사를 청구했다 기각되자 "다른 기간에 전역한 군인에 비해 불이익을 받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재판과정에서 "전역 당시 군인연금법 시행령에 국가재난사태 대응 등으로 연금액에 차이가 생겼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결과를 보전하기 위한 입법이 돼 있지 않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법령이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연가보상비를 퇴역연금액 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국가재정능력 및 여러 사회·경제 여건,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다"며 "완전히 공평하게 한다는 것은 산정방식, 입법 등 기술적 한계로 인해 거의 불가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퇴역연금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퇴직연금은 ‘군인’ 전체의 평균기준소득월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는데 국군재정관리단이 ‘공무원’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을 적용한 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법령에) ‘군인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이 고시되지 않았다거나 계산상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군인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을 적용하지 않은 위법성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퇴역연금 산정 방식에 하자가 존재한다.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군인연금법 시행령은 A 씨 전역 후인 2022년 10월 개정돼 평균 보수월액 산정 시 ‘군인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 부분이 ‘공무원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으로 변경됐다. 국가재정관리단은 곧장 항소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