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방영 4회 만에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 톱5에 오른 티빙의 ‘스터디 그룹’. 황민현(가운데)이 뿔테 안경 낀 주인공 윤가민을 연기했다. 티빙 제공

글로벌 OTT 플랫폼 톱5 올라
교권추락 등 무거운 소재에도
개그코드 적절히 버무려 인기

또 한 명의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 탄생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었으나 싸움에만 소질이 있는 주인공을 내세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 그룹’(연출 이장훈)이다. 유명 동명 웹툰을 원작 삼은 이 작품은 폭력으로 점철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코믹 액션물이다. 그 안에 교권 추락과 학교 폭력 등 다양한 코드를 버무리며 ‘MZ 맞춤형 한 상’을 근사하게 차려낸다. 그 결과 4회 만에 티빙 주간 신규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에 올랐고,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는 미국, 브라질, 영국, 프랑스 등 총 143개국에서 주간 톱5에 포함됐다.

주인공 윤가민(황민현)은 공부벌레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학원 보내줘” “나 과외할래”라고 외치고 진지하게 학업에 전념한다. 하지만 성적은 항상 전교 꼴찌 언저리를 맴돈다. 대학 진학을 최대 목표로 삼는 윤가민은 “유성공고 가서 특별전형 노려보든가”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공부와는 거리가 먼 유성공고로 진학한다. 이곳은 무법천지다. 성적순이 아니라 싸움 실력순으로 학생들의 석차를 매긴다. 무수한 폭력 속에서 윤가민은 자신의 싸움 실력을 깨닫는다.

‘스터디 그룹’의 유성공고는 복마전이다. 조직 폭력배의 아들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며 싸움 능력으로 학생들을 줄 세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교사를 조롱하거나 엎드려 잔다. 교내 곳곳에는 담배꽁초를 모으기 위한 드럼통이 배치됐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 학생들이 일진들의 명령대로 교사에게 하극상을 벌이는 장면은 못내 씁쓸하다.

‘스터디 그룹’은 이런 상황을 판타지적 설정으로 타파해간다. “강한 몸에 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마음을 가진 윤가민이 매일 몸을 단련해 왔다는 설정으로 나름의 개연성을 확보한다. 그가 학폭 가해자들을 응징해가는 과정은 빤한 전개지만 도파민을 분출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격한 액션 속에서 가끔씩 드러나는 개그 코드도 눈에 띈다. 공부에 몰두하기 원하는 그가 도서관으로 찾아온 이들과 싸움을 벌이는 것에 대해 학생들이 “왜 도서관에서 사람을 패냐고? 신음 소리를 서라운드로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수군대는 장면 등에서 웃음이 터진다.

표현 수위는 꽤 높다. 일진 무리들이 신입 교사의 집에 몰래 침입해 협박을 하고, 선도부는 학교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일진으로 그려진다. 각목, 쇠사슬 등이 난무하는 폭력의 묘사도 상세하다. 그래서 학원물임에도 관람 등급은 ‘청소년 관람 불가’다.

파릇파릇한 배우들의 연기는 신선하다. 주인공 윤가민 역을 맡은 황민현은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펼친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공부에 몰두하다가도 위기의 순간에는 눈빛부터 바뀐다. 고난도 액션 장면을 군더더기 없이 소화했고, 적절한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혀 쾌감을 배가시켰다. 박윤호, 차우민, 이종현, 신수현, 윤상정 등 이름은 낯선 신인 배우들이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해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10부작인 ‘스터디 그룹’은 현재 4회까지 공개됐다. 웹툰의 상상력을 실사 드라마로 준수하게 옮겼다. 시즌2 제작을 기대해볼 만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