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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초록우산 회장賞 - 이서연 삼현여중 학생

To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 아빠의 막내딸 서연이야. 아빠 미안, 나 수학 27점 맞았어. 영어는 47점 맞았어. 과목 총 점수는 38점이야. 사실 영어 학원에서 맨날 졸아. 수업 시간에는 맨날 혼나고, 때로는 뒤에서 서서 수업을 듣곤 해. 정말 미안.

아빠 친구들이 말씀하시더라고. 아빠를 만나면, 아빠가 내 얘기만 한다고 내 자랑만 한다고. 같은 자식이라도 아들 자랑은 하지도 않는다고 말이야. 엄마도 말해줬어. 아빠가 아들들은 기저귀도 한 번 안 갈아 주더니만 딸인 나에겐 맨날 갈아주고 그랬다며? 가족들끼리 가는 외식도 내가 가고 싶은 식당으로 매번 가고, 용돈도 부족함 없이 주고, 주말마다 나를 위해서 나들이 가고 그랬는데 왜 난 몰랐을까.

아빠가 표현을 잘 못한다는 거 알아. 눈치도 없고. 그래서 나는 아빠를 조금 미워하기도 했어. 특히 퇴근 후 집에서 막걸리 한잔하며 나에게 잔소리를 잔뜩 하는 게 그때는 정말로 제일 싫었었어. 아빠의 술주정은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거야. 몰랐지? 매일 하루 5번 이상 똑같은 말을 들을 때면 정말 사람이 지쳐.

그래도, 이제는 전과 달리 조금은 더 아빠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아빠가 외롭고, 또 내가 좋아서 그런 거라는 걸. 우리 삼 남매 먹여 살리기 위해 새벽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오는데 망가진 수면 패턴으로 잠도 안 오고, 자려고 혼자 막걸리를 마시는데….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됐네. 언제부터 “사랑해”가 입에서 나오기 힘든 말이 되었을까? 겨울처럼 차갑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 나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곁에서 따뜻한 봄바람 같은 안식처가 돼줘서 고마워. 이 세상에 태어나 아빠를 만난 것, 그것만으로도 행운이라 했지만, 난 행운보다 행복이 더 좋거든. 내가 아빠의 행복이 되어줄게. 아빠, 고생 많이 하면서 이런 못난 딸 키워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또 사랑해.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