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려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풀려났다.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지난해 2월 1심과 마찬가지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분식회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부당 합병, 제일모직 주가조작 등 검찰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등 전·현 임직원 10명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리한 기소, 무리한 수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해봐야 무죄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다.

삼성에는 뼈아픈 ‘잃어버린 10년’이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두 차례 구속돼 560일 동안 수감됐고, 185차례나 재판에 출석했다. 2016년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국내 유일하게 초청받았지만, 특검팀은 본격 수사 전인데도 방미를 막았다. 경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의 위상은 크게 흔들려 미·중 경쟁 업체의 맹추격에 따라잡힐 정도이고,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는 세계 1위 TSMC와의 격차가 오히려 더 커졌다. 특히 AI·로봇 등 미래산업에선 크게 뒤졌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도전이 사라진 무사안일과 관료주의가 팽배한 실정이다.

이제 삼성의 시간이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그룹 비중은 30%에 가깝다. 이 회장은 조속히 내부 기강을 다잡고, 과감한 조직 개편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동력을 되살려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뿌리 깊은 반(反)기업 반시장 정서를 해소해야 한다. 기업의 경제 공헌·혁신 효과를 폄훼하고, 부(富)를 불법·정경유착의 산물인 것처럼 공격하고, 기업인을 잠재 범죄자로 멸시하는 풍토에선 기업과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 지금도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선 노란봉투법 같은 반기업 법안들이 즐비하다. 기업은 세계 초일류인데, 정치는 4류라는 말이 오늘과 무관한 건 아니다. 이젠 반기업·반시장 저주를 끝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