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발표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인공지능(AI) 개발 충격파가 심상치 않다. 딥시크 R1 모델은, AI 선두인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비해 개발비용은 18분의 1인 데도 성능은 못지않아 가성비가 뛰어나다. 지난 27일 뉴욕증시에서 첨단 AI 반도체 공급을 주도하는 엔비디아, 대만 TSMC 등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443조 원)나 증발했던 정도다. 30일 미 증시에선 여파가 수그러들었지만, 세계에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가성비 AI’는 미국의 강력한 대중 수출·첨단 기술 통제하에서 이뤄져 더욱 충격적이다. 오픈AI의 18분의 1, 메타의 10분 1에 불과한 개발 비용을 들이고도 수학 경시테스트에선 오픈 AI를 앞섰다.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사양을 낮춘 중국용(用) 반도체와 화웨이 등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해 미 규제를 뚫으면서 가성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성과가 놀라운 만큼 논란도 무성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부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오픈AI는 자사의 가공된 대량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빼낸 의혹을 제시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AI 개발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날이던 지난 20일에 맞춰 AI를 발표한 것은 정부·민간이 일심동체인 중국의 특성상 다분히 의도적이다. 딥시크의 기술 공개가 AI 대중화로 이어지려면 개인정보 보호 등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미국의 AI 개발은 최근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보듯 인간을 뛰어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목표로 하는 반면, 중국 AI는 특정 분야의 업무 처리에 집중한다. 이른바 ‘전문가 혼합’이다. 한국형 고유 모델 필요성이 더 커졌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소버린(주권) AI는 몰라도 주요 분야 특화 AI는 선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AI 인력 확충과 관련 규제 혁파 등 국회와 정부의 노력도 더욱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