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소방대원들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백동현 기자

새 떼와 부딪히는 장면 무안공항 CCTV에 담겨

‘제주항공 참사’ 사고 여객기의 양쪽 엔진에서 철새인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공항의 폐쇄회로(CC)TV에는 사고기 조종사가 ‘메이데이(비상선언)’를 외치고 복행(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것)하던 중 새 떼와 부딪히는 장면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 사고 조사 위원회(사조위)는 이날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첫 현장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4분 무안공항 관제탑과 교신을 시작해 착륙 허가를 받았다. 오전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게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조종사들은 오전 8시 58분 11초에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새 떼)가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곧이어 오전 8시 58분 50초부터 블랙박스의 비행 기록 장치(FDR)와 음성 기록 장치(CVR)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FDR은 항공기의 속도·고도·엔진 상태 등 비행 데이터를, CVR은 조종실 내 대화 등 음향 정보를 기록하는 장치다.

당시 사고기는 속도 161노트(약 298㎞)로 498피트(약 151ｍ)의 낮은 고도에서 날고 있었다. 이어 8시 58분 56초, 조종사가 복행하면서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녹음에 남아 있진 않지만, 정부는 관제 기록과 동기화를 통해 조종사들이 ‘메이데이’를 선언한 시간을 추정했다.

이후 사고기는 랜딩 기어를 펼치지 못한 채 처음 착륙을 시도했던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동체 착륙을 했다. 이어 오전 9시 2분 57초에 활주로 바깥에 있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이 발견된 가창오리는 몸길이 약 40㎝, 날개 길이는 21㎝의 겨울 철새로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사고 당일 수만 마리 규모의 가창오리 떼가 무안공항 인근에서 비행하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공항 CCTV를 통해 복행 중 사고기가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도 확인됐다. 정부는 조사 결과 기체가 다수 조류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정부는 밝혔다. 엔진 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 채취를 통해 엔진을 분해 검사할 계획이다. 또 로컬라이저 둔덕 및 조류 활동으로 인한 영향은 국내 기관에 별도의 용역을 의뢰해 추가 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