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보라 작가. ⓒ정혜란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가 한국 소설 최초로 세계 3대 SF(과학소설)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필립 K. 딕 상’ 후보에 올랐다. 출판사 래빗홀은 "‘너의 유토피아’ 영어 번역본이 필립 K. 딕 상 후보 여섯 편 가운데 하나로 올랐다"며 "수상작은 올해 4월 18일 발표된다"고 13일 밝혔다. 미국에서 출판된 SF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필립 K. 딕 상은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힌다. 20세기 SF 문학을 대표하는 미국 작가 필립 K. 딕(1928∼1982)을 기념하기 위해 1983년 제정됐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윤하가 ‘나인폭스 갬빗’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 최종 후보에 수차례 이름을 올린 바 있으나 한국인 소설가가 한국어로 먼저 쓴 작품이 3대 SF상 후보로 오른 것은 이번이 최초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 출간된 정 작가의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으로 총 여덟 편의 소설을 묶었다. 안톤 허 번역가의 번역을 거쳐 지난해 미국에 ‘유어 유토피아’(Your Utopia)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전염병으로 인류가 떠난 황량한 행성에서 고장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태우고 배회하는 스마트 자동차의 이야기다. 황량한 폐허로 남겨진 세계 속에서도 안식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가 어딘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속해 나아가는 마음에 대해 그린다. 정보라는 1998년 연세문화상에 단편소설 ‘머리’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2017년 출간된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가 안톤 허 번역가의 번역으로 출간돼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각각 올랐으며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상을 받았다.

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