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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에도 적지 않은 대학들이 올해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이 17년째 그대로인 탓에 인력·연구 등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학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12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199개 대학(사이버대학 제외) 중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 관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이 올라온 곳은 지난 10일 기준 총 19곳이다. 회의록상 12곳이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했거나 인상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대는 지난달 26일 등심위에서 인상을 논의했고, 지난 2일 4.9% 인상안을 의결했다. 경기 한신대(인상률 5.3%)와 서울장신대(3.687∼3.692%)도 등록금 인상을 내부 결정했다. 이외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경희대, 홍익대, 상명대, 동덕여대, 부산 신라대, 경북 경운대 등 9개 대학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 여부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 제시가 이뤄졌다. 아직 관련 회의록이 올라오지 않은 서강대도 지난달 26일 등심위를 열어 등록금을 4.85% 올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회의록을 보면 대학들은 재정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성균관대 등심위에선 "오랜 시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 조치로 인해 재정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숙명여대 등심위에서는 교직원위원이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을 설명하면서 "대내외 환경 요인으로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9년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등록금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말 전국 대학 총장에게 서한문을 보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등록금도 동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대다수 대학은 정부 기조에 발맞춰 10여년간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사립대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불응하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3학년도 19개, 2024학년도 26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의 불만이 커지자 올해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엔 교내장학금 충족기준까지 완화해주기로 했지만, 역부족이란 분위기가 우세하다.

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