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에 참여한 배우 공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감독 황동혁·오겜2)가 공개된 지 16일째 글로벌 흥행 순위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굳게 지키고 있다. 흥행과는 별개로 작품의 만듦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렸다. 하지만 평단과 대중 모두 한목소리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캐릭터이자 설정이 있다. 배우 공유가 연기한 ‘딱지남’과 그의 이야기다.

시즌1에 등장한 딱지남은 일종의 안내자였다. 근사한 슈트 차림으로 지하철 등지에서 생면부지 사람에게 딱지치기를 권한다. 그 대상은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해 목숨을 걸 만큼 ‘인생 막장’에 도달한 이들이다. 딱지치기 한 판 이길 때마다 10만 원을 주며 빙긋이 웃는 그가 건네는 명함은 쉽사리 외면하기 어렵다.

시즌2의 딱지남은 그 캐릭터가 던지는 메시지의 크기와 의미 면에서는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1화 ‘빵과 복권’의 주역인 딱지남이 각각 빵, 복권을 쥐고 나란히 내미는 손은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내미는 것과 진배없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즌2를 보며 속으로 ‘복권’이라는 선택을 했던 시청자라면, 남겨진 빵을 바닥에 내팽개친 뒤 발로 짓밟는 딱지남의 광기어린 모습에 뜨끔했을 법하다. 프론트맨(이병헌 분)이 이 게임을 진두지휘하며 인간의 한없이 속되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대한 일종의 심판 임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딱지남은 지극히 1차원적인 방식으로 이 게임이 지속되는 이유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딱지남은 시즌2의 필연적 인물이다. 황동혁 감독은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시즌2에서 딱지남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기훈이 찾아내려는 단서는 딱지남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기훈이 딱지남을 통해 이 게임에 참여했듯, 딱지남을 찾는 것은 복수를 꿈꾸는 성기훈의 출발선이라는 뜻이다.

시즌2에는 팽이치기, 공기놀이, 둥글게둥글게, 비석치기 등 다양한 새 게임이 등장한다. 그런데 적잖은 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으로 러시안룰렛을 든다. 러시안룰렛은 1978년작인 영화 ‘디어 헌터’를 기점으로 숱한 작품에 쓰였다. 하지만 이 게임이 대중의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게임을 행하는 딱지남, 더 나아가 이를 연기한 공유의 힘이다.

공유는 ‘오겜2’에서 두 차례 러시안룰렛을 제안한다. 처음에는 두 사채업자와 이 게임을 하고 참혹한 결과에 도달한다. 두번째는 성기훈과 마주 앉아 직접 게임에 참여한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도 광기어린 표정을 짓는 딱지남의 표정은 일품이다. 황 감독이 연출하려 했다는 "그로테스크한 면"에 딱 부합했고, 황 감독은 "(공유가)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특히 딱지남이 성기훈과 러시안룰렛을 하던 도중 입속에 총을 넣은 건 공유의 애드리브였다. 영화 ‘도가니’를 함께 했던 인연으로 시즌1에 특별출연했던 공유는 시즌2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연기로 출발 주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딱지남은 공유가 도전한 첫 악역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대중의 관심을 대하는 공유의 태도다. 그는 ‘오겜2’ 공개에 앞서 넷플릭스가 선보인 또 다른 시리즈 ‘트렁크’의 주인공을 맡았다. 언론 인터뷰 때도 ‘오겜2’에 대한 숱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공유는 말을 아꼈다. "저는 특별출연"이라며 자신의 공으로 가지지 않으려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울러 ‘오겜2’ 공개 후에도 공유는 이 작품에 대해 나서서 말하는 법이 없다.

지난 3월 넷플리스가 공개한 제작기 영상을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인물인데 너무 많은 걸 친절하게 보여주면 딱지남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감독님과 함께 했다"면서 "쉬운 말로 ‘약간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이구나’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이런 눈빛과 모습을 보일 수 있지?’에 집중했다"고 정도만 설명했다.

황 감독은 시즌 2, 3로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속편은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스핀오프처럼 파생되는 걸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라고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시리즈에 등장한 특정 인물에 대한 스핀오픈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딱지남의 이야기는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외 팬들이 붙인 ‘코리아 조커’라는 별명에 부합하는 걸출한 캐릭터 무비가 탄생하지 않을까.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