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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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5’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국가별 글로벌 혁신 성과 순위에서 한국이 전체 75개국 중 18위를 차지했다. 2년 전 집계된 순위보다 8단계 올라 25개국에만 주어지는 최상위 혁신챔피언 그룹에 포함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글로벌 제조업 및 수출 위상을 고려하면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평가에서 1위는 같은 아시아 지역의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또 일본은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17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15개 평가항목 중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될 다양성(D)을 비롯해 디지털플랫폼(C), 연구·개발(C)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올해 CES에선 일상 공간으로 파고드는 혁신 AI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하지만 외신과 관람객의 이목은 우리와 패권 경쟁을 하는 이웃 국가에 집중됐다. 특히 일본 토요타의 ‘우븐 시티’ 계획 발표에 큰 관심이 쏠렸다. 축구장 약 100개 면적의 도시 전체에 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 등 AI가 근간이 된 기술이 집대성됐다. 일본은 2000년 이후 한국·중국에 IT 산업 주도권을 내주며 밀려났지만, 올해 AI로 무장한 채 재도약의 신호탄을 쐈다.

중국은 전체의 30%에 달하는 1400여 개의 자국 기업을 출전시키며 사실상 CES를 점령했다. 샤오펑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공개했고, 하이퍼셸은 야외용 강화외골격 ‘카본X’로 로봇공학 분야에서 최고혁신상을 탔다.

반면, 한국 기업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장 ‘K-반도체’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래픽 메모리를 만드는지 몰랐다”는 말 한마디에 출렁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반도체 연구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규정 적용 현안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이 ‘AI 변방국’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올해 CES를 계기로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흔들리는 ‘K-인더스트리’의 초격차 경쟁력 회복에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극심한 국론 분열 속에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