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살해’ 무기징역 김신혜 등
“증거 불충분” 잇따라 혐의벗어

수원=박성훈·광주=김대우 기자

남편을 니코틴 중독으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은 30대 여성이 파기환송심 끝에 무죄가 확정되는 등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여성들이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남편은 당시 A 씨가 건넨 미숫가루·흰죽을 먹고 속 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하며 그날 밤 응급실을 다녀왔다가 이튿날 사망했다.

1심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고, 2심도 형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3년 7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원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4차례 변론 절차를 거친 끝에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그러한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한편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마시게 해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신혜(47) 씨에 대해 6일 무죄를 선고했다. 국내 사법 역사상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사건 발생 24년 만에 출소한 김 씨는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것이 수십 년 걸릴 일인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과 김 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범행동기, 자수 경위, 강압·불법 수사 여부 등 각종 쟁점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으나 재판부는 경찰의 위법수사를 비롯해 유죄판결의 주요 증거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