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2019)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손을 높이 들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 2025 대중문화 빅뱅 예고

봉준호, 3월 ‘미키17’ 관객맞이
나홍진·박찬욱도 신작 대기 중

BTS, 6월 全 멤버 군복무 마쳐
로제도 블랙핑크로 투어 준비
춘추전국 아이돌 시장에 대격변

을사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들이 돌아온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굵직한 획을 그으며 K-콘텐츠의 위상을 바꿨던 크리에이터와 스타들이 2025년 일제히 복귀를 앞두고 있다. 팬데믹 시기를 거친 후 주춤하던 K-콘텐츠가 글로벌 팬덤을 재결집하며 재도약할 기회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7147만 명을 모아 점유율 58%(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집계)를 차지하며 외화를 누른 한국영화는 올해 ‘충무로 3대장’을 맞이한다. 봉준호 감독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연다. 그가 ‘기생충’(2019)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미키17’이 오는 3월 전 세계에 공개된다. 봉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공상과학(SF) 장르로 제작비만 2000억 원이 투입됐다. 소설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을 원작 삼은 이 작품은 복제 인간을 소재로 다뤘다.

나홍진 감독도 ‘곡성’ 이후 9년 만에 신작 ‘호프’(HOPE)를 내놓는다.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에서 미지의 존재가 목격된 후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하반기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대기 중이다. ‘헤어질 결심’(2022)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후 3년 만에 돌아올 결심을 한 셈이다.

글로벌 팝시장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역대 가장 성공한 K-팝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BTS)과 걸그룹 블랙핑크가 올해 나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BTS는 6월 모든 멤버가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다. 먼저 전역한 맏형 진이 이미 솔로로 활발히 활동 중인 상황 속에서 ‘7인조 완전체’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멤버 슈가의 활동 재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 크게보기 (왼쪽사진부터)그룹 방탄소년단은 오는 6월 모든 멤버가 군복무를 마치고, 블랙핑크도 4인조 완전체로 돌아온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다.

블랙핑크도 4명이 다시 모인다. 이들은 올해 새 앨범을 내고 월드투어에 돌입할 계획이다. 블랙핑크의 공백기 동안 에스파, 아이브, 뉴진스, (여자)아이들이 약진하며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걸그룹 시장이 또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핑크를 맞을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들의 개별 활동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는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역대 K-팝 솔로 여가수 최고 기록을 새로 쓰며 신드롬이라 불릴 만한 성과를 냈고, 제니와 리사가 낸 솔로곡 역시 주목받았다.

“볼 만한 작품이 없다”고 혹평을 받던 드라마 시장에도 올 한해 훈풍이 불 조짐이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동안 한국 드라마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일제히 신작을 내놓는다.

김은숙 작가가 대표적이다. ‘더 글로리’(2022)로 대한민국 사회에 학교폭력 이슈를 던졌던 김 작가는 전공과목인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배우 김우빈, 수지가 참여한 ‘다 이루어질지니’는 1000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간 가영(수지)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게다가 영화 ‘극한직업’으로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아 김 작가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

‘동백꽃 필 무렵’(2019)으로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했던 임상춘 작가는 배우 박보검, 아이유가 참여한 ‘폭싹 속았수다’를 내놓는다.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을 제목으로 삼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배경은 제주도다. ‘나의 아저씨’ ‘미생’ 등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이 든든한 조력자로 나선다.

이 외에도 김혜자는 그에게 백상예술대상을 안긴 ‘눈이 부시게’ 제작진과 다시 손잡았다. 어느덧 80대가 된 김혜자의 연기를 볼 기회다. 6월에는 이미 촬영을 마치고 글로벌 시장을 석권 중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가 공개되고, 하반기는 2024년이 낳은 스타인 변우석의 차기작인 ‘21세기 대군 부인’이 베일을 벗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