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따른 공급망 재편 영향
지난해 수출액 차이 52억달러로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 내수 부진 등으로 우리나라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잠정치)은 전년 대비 6.6% 늘어난 1330억2600만 달러(약 196조 원)로 주요 10개 지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10.5% 증가한 1277억9100만 달러로, 중국의 뒤를 빠짝 추격했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으며,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3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8억9100만 달러) 이후 가장 좁혀진 수치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처음으로 앞선 2003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해 2018년에는 894억500만 달러를 기록, 역대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실제로 2018년 대중 수출액은 1621억2500만 달러로, 대미 수출(727억2000만 달러)의 2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뒤로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5900만 달러, 2021년 670억1100만 달러, 2023년 91억22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대중 수출은 줄어들고, 대미 수출은 줄곧 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거치면서 지난 21년간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립 강화로 인해 한·중 공급망 분업 체계가 흔들리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대미 투자와 수출은 동시에 늘면서 대중·대미 수출 격차도 빠르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