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온 나라가 희망보다 절망에 짓눌려 있다. 그나마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9.6% 늘어난 6838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다행이다. 반도체·조선이 선방했고, K-뷰티 수출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102억 달러로 늘었다. 각각 117억 달러와 151억 달러를 기록한 K-푸드와 K-바이오 수출도 대견하다. 문제는 올해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 트럼프 행정부가 10% 보편관세와 중국에 60% 보복관세를 매기면 우리 대미 수출은 최대 14% 감소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기존(2.2%)보다 무려 0.4%포인트나 내렸다. 내수·수출·물가·고용 등 전방위로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했다.

최소한 올 상반기 내내 정치 대혼돈은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분열과 대립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든, 반대로 기각돼 윤 대통령이 복귀하든 대혼란은 피하기 어렵다. 경제에 정통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는 누가 막나”라며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을 단행한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전후한 시기의 정치 혼란과 행정 공백은 경제와 안보 등 국정 전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치적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총리·경제부총리에다 중앙재난안전본부장도 겸하는 최 대행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이 얹혀 있다.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 주재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게 대신 맡길 정도다. 주요 그룹들이 새해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고,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산업은 경쟁국들에 뒤처지고 있다. 수출 둔화·내수 위축·미 관세 폭탄·강(强)달러의 4대 이슈가 전방위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국정 컨트롤타워 실종을 불안하게 주시 중이다.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초당적으로 경제만은 지켜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법을 한시바삐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국이 어수선하더라도 경제가 고통스러운 저성장 터널로 진입하는 것만은 막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