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관저 진입로 인근의 탄핵 반대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편지 형식 입장문을 보낸 것은 여러모로 국민을 참담하게 한다. 국회 탄핵소추에 이어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경쟁적 내란 혐의 수사, 체포영장 신청과 발부 등에 대한 항변으로 보이지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법 집행을 저지할 시위를 선동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됐을 뿐, 윤 대통령은 여전히 헌법상 국가원수(元首)이고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며,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져야 한다.(제66조) 개인적 불만이 있더라도 품격과 국격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법치주의가 정상 작동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형법과 형사소송법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법리와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지만, 장외 집회를 부추기는 것은 윤 대통령 주장의 근거와 정당성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입장문 내용 중에도 안타까운 대목이 많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해 자신의 서명으로 끝맺은 A4 한 장짜리 글에서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서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위험하다’고 했다. 저널리즘 가치에 충실한 주류 언론의 보도보다 극단적 특정 입장을 앞세우는 인터넷 매체에 의존한다면, 갈수록 균형 잡힌 냉철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여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권영세 위원장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마지막 날 출범했지만, 비상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어물어물한다. ‘질서 있는 수습’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과의 절연 등 비상한 대책이 없으면 ‘질서 있는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