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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역화폐 ‘국비 0원’ 불구
지자체, 내수진작 위해 선제대응
경기도, 올해보다 9%늘려 편성
부산, 2월까지 캐시백비율 상향
소비심리 위축에 지방살림 비상

인천=지건태·수원=박성훈 기자, 전국종합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년 ‘민생경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경쟁적으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 역대급 세수 부족으로 중앙 정부의 보조금 지원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지방 재정의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이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 내수 진작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이 중 공통된 정책 중 하나가 지역화폐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정부 예산에는 지역화폐 정부 지원금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으로 1043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 954억 원보다 89억 원(9.3%) 늘어난 규모다. 별도의 종이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인천시도 지역화폐(인천e음) 사용 시 지급되는 캐시백(3∼5%) 예산에 1054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 지원된 국비 243억 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부산시도 지역화폐(동백전)에 지원되는 예산 500억 원을 긴급 편성하고 내년 1∼2월 2개월간 캐시백 비율을 기존 5%에서 최대 7%까지 상향했다. 광주시는 196억 원을 들여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선불·체크카드(광주상생카드)에 지원되는 7%대 할인율을 내년에도 계속 유지키로 했다. 전남도와 강원도는 종이상품권인 지역사랑상품권을 각각 3500억 원, 580억 원 규모로 발행한다. 경북도도 내년 1∼2월에 333억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할인율 10%)을 집중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국비와 함께 광역 지자체 지원금마저 줄어든 기초 지자체도 지역화폐 발행액을 늘렸다. 지역화폐 ‘원조’를 자랑하는 경기 성남시는 내년에 총 7500억 원의 성남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 이 중 5000억 원은 1∼3월에 특별 발행하면서 할인율 1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전북 정읍시는 모든 시민에게 30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공백인 상황에서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지자체 나름의 고육책이다. 하지만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자칫 지방 살림만 더 옹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예산만으로 지역화폐를 예년 수준으로도 운영하기 힘들다”면서도 “지역 골목상권이 붕괴할 처지에 정부 추경(추가경정예산)만 기다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