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방식으로 먹기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천상명 옮김│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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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 요리계급전쟁’의 참가자 에드워드 리는 파이널 미션에서 새롭게 해석한 한식 비빔밥을 선보였다. 그는 비빔밥을 에드워드가 아닌 ‘이균’이 만들었다고 말하며 자신을 ‘비빔인간’이라 소개했다. 맛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프로그램에서조차 자신이 살아온 삶과 음식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밝히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고 미각만 만족시키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 문화인류학자인 어머니 메리 I 화이트와 역사학자인 아들 벤저민 A 워개프트는 음식의 역사를 짚어가며 인간과 관계 맺은 방식을 찾아내 ‘다른 방식으로 먹기’를 제안한다. 그들은 인류의 수십만 년 역사 중 음식의 문화적 성격을 논할 수 있는 ‘농경’의 역사조차 1만1000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글을 시작한다. 이토록 짧은 역사 속에서 음식이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책은 인류의 모든 식(食)문화사를 단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두 저자의 지식이 감당하고 관심이 가닿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논하겠다고 밝힌다. 그러나 책은 방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지역의 독특한 식문화사의 변곡점들을 예리하게 짚는다. 물론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일례로 고대 페르시아 제국과 그리스 도시국가 간의 식문화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페르시아는 달고 매운 음식을 뷔페 형태로 즐겼다. 마치 오늘날 우리의 ‘고자극’ 식문화와 닮아있다. 반면 그리스는 담백하고 향신료를 제한한 담백한 한 끼 식사를 즐겼다. 그리스 사람들은 초반에는 페르시아의 식문화를 사치스러운 것으로 비판했지만 오히려 페르시아 멸망 이후 로마 제국이 들어서며 상류층을 중심으로 페르시아식 음식들이 자리를 잡아간다. 맛과 음식이 권력과 지배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또한 저자들이 직접 맛본 한식을 바탕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권하는 통찰도 있다. 그들이 맛본 한국 전통 음식은 지금의 한식과 사뭇 달랐다고 말한다.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추를 비롯한 매운 채소들이 15세기 전후 한반도로 전래됐기 때문이다. 또한 간장과 된장의 원재료인 콩도 중국을 통해 전래됐다고 짚는다. 지금의 한식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와의 교류 속에서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지적이다. 음식을 논하며 국경을 완벽히 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 인류는 언제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맛을 선택했다는 사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음식은 계속 변해갈 것이고 의미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356쪽, 2만2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