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아전인수격’ 정쟁에 혼란
韓, 양곡법 등 거부권 막판 고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및 헌법재판관 임명 등 결정을 앞두고 권한대행의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앞선 권한대행 체제 때와 달리 국회의 잇따른 특검 요구와 장·차관 탄핵소추, 입법 독주 및 거부권 행사 등 전례 없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권한 행사 범위를 놓고 혼란이 증폭하는 것이다. 여야는 ‘임시 대리인’이라는 권한대행의 신분상 약점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 제71조에는 대통령 궐위나 사고 시 국무총리 등이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조문상으로는 한 권한대행이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인사권, 조약 체결 비준권 등을 모두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현상 유지’에 국한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기가 짧고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 정책을 시행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했다. 앞서 고건·황교안 등 두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상외교나 장·차관 인사를 하지 않는 등 권한 행사를 통제했다.

그러나 극심한 갈등이 반복돼 온 이번 국회에선 한 권한대행의 권한을 놓고도 여야가 출구 없는 정쟁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과 ‘쌍특검법(김건희특검·내란특검)’ 관련 거부권 행사 여부, 헌법재판관 3명 임명 여부 등이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은 그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야가 과거의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 펼쳤던 주장까지 뒤집고 (거부권 행사와 법관 임명 등에서) 유리한 측면에서 주장한다”며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여야 간 합리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첫 정치적 결단인 양곡관리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이르면 19일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정무·민정수석실 등 참모진과도 긴밀히 상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과 관련해선 법적 검토를 토대로 추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