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신임투표 요청… 총선 채비
마크롱, 총리임명 두고 대치지속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의 맏형인 독일과 프랑스가 잇단 연정 붕괴로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면서 유럽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불신임을 각오한 신임 투표를 요청하며 조기 총선 채비에 돌입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총리 임명을 두고 야당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국정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숄츠 총리는 “조기 총선의 길을 열고자 한다”며 연방의회에 오는 16일 자신의 신임 여부를 표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독일 총리 신임투표는 총리 자신만 발의할 수 있다. 숄츠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의회는 16일 숄츠 총리의 연설을 듣고 토론한 뒤 신임 여부를 투표할 예정이다. 숄츠 총리를 신임한다는 의원이 재적 절반(367석 이상)을 넘기지 못하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21일 안에 의회를 해산해야 한다. 총선은 60일 안에 열리게 된다. 이미 숄츠 총리는 내년 2월 23일 총선을 치르기로 야당과 합의했으며, 이는 당초 예정됐던 9월 23일에서 7개월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앞서 지난달 7일 자유민주당(90석)의 탈퇴로 연정에 남은 사회민주당·녹색당(324석)이 의회 의석 절반이 안 돼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져 숄츠 총리로선 조기 총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까지 새 총리 임명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야당과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차기 총리로 극좌·극우 인사를 배제하면서, 원내 1당인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과 3당 극우 국민연합(RN)과 협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NFP에서 좌파 성향이 옅은 사회당·녹색당을 물밑 접촉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새 총리가 임명되더라도 정국이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이 없는 현재의 의석 구조에 비춰 어느 정당 출신의 총리가 임명되더라도 또다시 불신임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