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3년 제주 애월 소나무 고사목 제거 현장을 둘러보는 우근민(왼쪽 두 번째) 전 제주지사와 현을생(왼쪽 첫 번째) 전 서귀포시장. 산림청 제공

■ 10년전 최악 피해 복구…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

“제주 송림면적 39% 감염피해
도지사, 굳건한 방제의지 선포
11만명 투입해 54만그루 제거
자체 예비비 200억 선제 투입
산림청 공조로 인력·장비 해결”

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 150개 시군에 발생해 심각한 고사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10년 전 최악의 조건 속에서 소나무 절멸 위기를 딛고 방제 모범 지역으로 거듭난 제주도의 방제 성공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3∼2016년 당시 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과 서귀포시장을 역임하며 방제 최일선 실무 주역으로 활약했던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도지사, 시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선충 방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제주도는 도지사가 앞장서 방제의 절박함을 도민들에게 설득해 공감대를 끌어냈고, 선제적 예산 투입과 맞춤형 전략으로 결국 재선충과의 전쟁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당시 제주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었다. 2014년 전국 피해목이 218만 그루였는데 제주도에서만 23.8%(52만 그루)에 이르는 감염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 송림 면적의 39%인 6381㏊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현 전 시장은 “2013년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호소문과 담화문을 통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최우선 과제로 선포하고, 전면적인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언해 도민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며 “저는 당시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으로 지사의 비전이 실행될 수 있도록 방제 전략을 만들고 세부계획을 수립해 민·관·군이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도지사의 강력한 의지와 관심 속에 산림 관계자, 자원봉사단체 간 소통창구를 구축해 도민의 자발적 방제 참여를 끌어냈다. 범도민 차원의 대대적 방제작업으로 연인원 11만 명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54만 그루의 감염목을 전량 제거했다. 수년간 이어진 끈질긴 방제 노력 덕분에 현재 제주도는 연간 2만 그루 수준으로 감염목 발생을 억제하는 방제 모범도로 탈바꿈했다.

현 전 시장은 철저한 예찰과 사후 관리, 예산의 적기 투입,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방제전략 등도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다. 그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방제 예산과 인력 부족이었다”며 “국비 지원과 예비비 확보를 위해 산림청 등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했고, 국비가 내려오기 전에도 자체 예비비 200억 원을 선제 투입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감귤 수확 등으로 겪었던 만성적 인력 부족은 산림청과의 긴밀한 공조로 해결했다. 현 전 시장은 “산림청 국유림 영림단, 전국 각지 산림조합 등 1000여 명의 영림단원 인력과 각종 전문 장비들을 지원받았다”고 회고했다.

현 전 시장은 “결국 제주의 방제 성공 비결은 단체장의 굳건한 방제 의지, 체계적인 방제 전략, 지역 맞춤형 대응 등으로 요약된다”며 “재선충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국 153개 자치단체들도 제주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소중한 산림자원인 소나무를 지켜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