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교수형 올가미 9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북쪽 30㎞에 위치한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 한 남성이 수용자들의 교수형에 쓰이던 올가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지난 2017년 사이드나야 교도소를 ‘인간 도살장’으로 지칭하며 2011∼2015년 약 1만3000명이 교수형을 당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AP 연합뉴스

HTS행정수반이 과도정부 지휘
수장 알졸라니는 사령관 유지
정치 지도자까지 맡을 가능성

美, 튀르키예 통해 접촉 모색
테러조직 지정해제 논의 착수

반군의 대공세로 축출된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총리가 수도 다마스쿠스 함락 하루만인 9일 반군으로의 권력 이양을 공식 발표했다. 반군은 즉각 주축세력인 하야트 타흐리르알샴(HTS)의 행정수반을 수장으로 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하며 행정권 발동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은 권력 공백 사태를 틈타 테러조직이 재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과도정부 인정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모하메드 알잘랄리 시리아 총리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구원정부(SSG)에 권력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SSG는 HTS의 행정부격 조직으로, 근거지인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과세와 사법, 안보 등 업무를 수행하며 사실상의 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 시리아 반군도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HTS 수장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권력 이양을 조율하기 위해 알잘랄리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양측은 전날 밤 만나 권력 이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와 AFP통신은 반군 소식통을 인용해 SSG 수반인 모하메드 알바시르가 과도정부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바시르는 이들리브 출신으로, 올해 초 총리로 임명되기 전까지 반군의 개발 장관을 지냈다. 알졸라니는 군사 사령관 지위를 유지하며 정치 지도자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인간 도살장’ 시리아 감옥… 수감자 찾아나선 가족들 9일 사이드나야 교도소 앞에 수감된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테러 단체로 지정된 시리아 반군을 공식 정부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시리아 권력 공백 장기화 시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이 세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HTS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미국은 튀르키예를 통해 반군 지도부와의 접촉 창구를 모색하는 동시에 테러조직 해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날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HTS의 테러 단체 해제 여부와 관련해 “우리는 HTS가 포용과 앞으로의 정치적 과정에 대해 올바른 말을 하는 것을 들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정책 대응은 그들이 취하는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유럽연합(EU) 역시 HTS 행동을 보며 테러 단체 지정을 해제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행위자들이 더 이상의 폭력을 피하고, 민간인 보호를 보장하며, 국제인도법을 포함한 국제법을 준수할 것과 모든 소수 민족의 구성원을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동으로 급파했다. 시리아 권력 공백 속 시리아의 화학 무기가 테러 조직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스라엘은 안보를 이유로 골란고원 완충지대 점령에 이어 시리아 100여 곳을 폭격했다. 공격 대상에는 무기 물류창고, 비행장, 항공기 편대, 화학무기 공장 등 군사시설이 주로 포함됐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