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 아카데미에서 7일 오후(현지시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한강 작가는 10일 한국시간으로 밤 12시부터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한다. 시상식 후에는 만찬도 이어질 예정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은 소설가 한강이 강연을 통해 고백한, 최근 마음에 품고 있는 질문이다.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상반된 장면이 교차한 지난 주말 밤, 그에겐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이 있었다.

10일(현지시간) 시상식을 앞둔 한강 작가는 현지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6일 기자회견과 7일 오후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념 강연에서 그가 고요함을 깨고 내뱉은 첫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움이었던 것은 아닐까”라며 그는 자신이 1979년, 8세에 쓴 시 한 편을 읊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이후 그는 그간 쓴 장편소설 속 질문들에 관해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를 쓰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부터 ‘소년이 온다’에 담긴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까지. 그리고 마침내 질문은 다시 그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르러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사랑’으로 회귀한다.

한강 작가는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며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우·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