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사직글에 “헌법 체계 무너뜨린 대통령, 명령 수행한 군인·경찰 고초 이어질 것”
A 검사 “계엄령 유지됐다면 나도 포고령 따라 수사했을 것”
“여전히 대통령·법무 장관이 검사 지휘” 회의감 토로
검찰 내부망에 “엄정 수사 필요” 글 잇따라 게시


검찰의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두고 평검사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본 수사의 독립성이 보장되는지 의문”이라는 내용의 사직글을 올렸다.

검찰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사직글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A검사는 전날 저녁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글에서 “비상계엄 당시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상상황이 있는 것 아닌지’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상 계엄과 포고령이 명백한 위법·위헌이라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헌법 수호 책무를 지닌 대통령이 스스로 헌법 체계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연히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은 아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고, (이번 일로) 며칠 사직이 빨라졌을 뿐”이라면서도 “국회 해제 의결이 없었다면 저도 무력감과 허탈함을 안고 계엄 사령관의 지휘 감독에 따라 포고령 위반자들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무력감을 토로했다.

A검사는 사직글에서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령관의 내란 음모 사건에서도 일부 상급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명예를 품고 살던 수많은 군인들이 몇 년 간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고초를 겪었다”며 “이번에도 상부 명령에 따라 출동한 군인과 경찰들이 수년에 걸쳐 피의자·피고인·참고인으로 고초를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법무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하고도 별다른 의사 표시 없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고, 대통령과 법무 장관이 여전히 법적으로 (저의) 지휘·지시계통에 있고, 인사권을 갖고 있다”며 “검찰 특수본과 선후배·동료들이 실체를 밝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수사의) 독립성이 보장되는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4~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적법하지 않다” “사태를 책임지려는 모습이 없다”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과거 검사로 근무했던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다”는 비판성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한편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두고 검찰·경찰·공수처는 각각 수사에 착수하면서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검찰의 합동수사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중복수사 우려가 있을 때 강제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수처법을 근거로 검경에 이첩요청을 한 상태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