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지난 3일 22시 30분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튿날 1시쯤 국회에 의원 190명이 모여 만장일치로 계엄해제요구안을 가결했으며, 4시 30분쯤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6시간에 걸친 역대 최단기 계엄이었지만, 그 파장은 작지 않다.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향후의 정국에 큰 변화가 예고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원장 탄핵으로 이어지는 탄핵소추의 남발 등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묻히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더불어민주당의 부담이 크게 덜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어찌 보면 자충수와도 같은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3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비상계엄의 선포 직후부터 대다수 법률가가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 및 계엄법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헌법 제77조 제1항은 계엄 선포의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것과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계엄법 제2조 제2항은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고, 군대를 동원해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으로도 보기 어렵다. 대통령 담화문에서는 불합리한 예산 삭감과 무리한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고 했지만, 국정에 지장이 있는 것을 넘어서 마비 상태라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대통령은 계엄 선포 요건 미비라는 중대한 문제점을 간과했을까?

둘째, 헌법 제77조 제5항과 계엄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국회는 계엄해제요구권을 가지며, 국회가 계엄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 조항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권이 발동될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렇게 되리란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가?

셋째, 계엄군의 국회 투입은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 제77조 제3항은 비상계엄 선포 시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국회에 대한 조치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비상계엄의 오남용을 통제할 권한이 국회에 부여돼 있는데, 국회가 무력화할 경우에는 오남용의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대통령은 몰랐는가? 계엄군의 국회 투입 목적도 불명확하다. 국회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기에는 계엄군 숫자가 적고, 그렇다고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도 분명하지가 않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마무리됐고, 이제는 사후 처리에 집중해야 할 때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비상계엄의 배경과 경과에 대한 의혹을 대통령이 소상히 밝히는 것, 그리고 여야의 극한 대립과 악수(惡手) 경쟁보다는 국민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는 선의의 경쟁이다. 여야 모두 상대방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기에 앞서, 나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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