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상황과 정책 환경 악화로 투자가 위축되고, 투자 위축이 경기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최근 조사를 보면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의 비중이 56.6%로 지난해 조사 결과 대비 6.9%포인트(p) 증가했다.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의 비중도 11.4%로 지난해보다 6.1%p 증가했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39개 대기업 중 올해보다 내년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12.8%이고, 나머지 기업들은 내년 투자를 올해와 비슷(59.0%)하게 하거나 줄인다(28.2%)고 답했다.

투자를 축소하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 중 33.3%는 부정적인 국내외 경제 전망을 이유로 꼽았고, 20.0%는 상법 개정 등 국내 투자 환경 악화를, 16.0%는 내수시장 위축 전망을 이유로 내놨다. 축소 지향적 악순환이 형성됐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정부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정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제 전망의 정확도를 높였다. 당시 정부는 실천 의지가 담긴 전망을 제시, 책임을 다했다. 기업은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믿고 매출·투자 계획을 세웠으며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그 결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고 투자와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강화됐다.

지금은 관계 기관의 경제 전망이 수시로 바뀌고, 세수 전망도 실적과 큰 오차가 발생한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정책의 방향성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도 혼란스럽다. 이는 정부가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투자 결정을 방해하는 투자정책 환경의 악화다. 상법 개정안으로 경영이 방향을 잃고, 기업을 키우려는 주주가 사라진다. 상속세 납부와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도 벅찬 상황이 연출된다. 더욱이 각종 법률·규제 리스크가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한경협 조사에 보듯이 현재 상황은 규제 입법을 쏟아내는 국회가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대내외 환경의 급변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정부도 기업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세 전쟁 및 공급망 변화에 따라 해외 투자 확대와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정부도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대규모 기금을 설치해 대응하고, 유턴 기업 지원 방안, 해외 공급망 개척 금융 지원 방안과 같이 구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기투자자의 시각에서 자본시장을 개편하기보다는 주주가 기업의 핵심 가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정책에서 주주 중심의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투자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을 폐기하고 법인세를 낮추며 정부효율부(DOGE)를 두는 정책을 발표하고, 대중(對中) 강경책과 관세 인상을 선언했다. 이렇게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고 불확실한 상황의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는 제도의 변화, 자금 조성과 지원, 대외 환경을 개선하는 외교정책 등 종합 대응책이 시급하다. 투자 활성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투자 위축이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 투자 위축의 근본 이유가 정책 실패인 만큼 정책의 개혁과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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