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수장 없는 감사원 국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감사원 업무 마비 직면

32명 인사후 최원장 직무 정지
“권한대행 독단결단 않게” 주문

16일부터 ‘감사오프’ 시행방침
내달 중순까지 감사 어려울 듯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로 감사원이 마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감사원 내부가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서고 있다. 최 원장은 직무 정지 직전 2∼4급 간부급 인사를 전격 단행하고, 권한대행이 독단적 결단을 하지 않도록 감사위원회의 집단지성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감사원에 따르면 조은석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후 감사원으로 복귀해 사무처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법에는 원장의 직무 정지 시 최선임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조 권한대행은 문재인 정부 시절 위원으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내년 1월 17일까지다.

최 원장은 당장의 업무 마비 사태를 우려해 탄핵소추안 가결 전인 지난 3일 감사원장 비서실장을 포함해 국장급 고위 간부 5명과 과장급 18명 등 32명에 대한 내부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감사원장은 2급 이하 직원에 대해선 대통령 승인 없이 전보 인사를 할 수 있다. 감사원 한 관계자는 “권한대행이 신규 인사까지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업무 공백 상태인 자리를 우선 채우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 원장은 또 내년 초 신규 정책 감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를 감안, 조 권한대행과 감사위원 간의 집단지성 체제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종 의결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보수 대 진보 3 대 3 구도여서 위원회 내부 갈등이 커질 경우 신규 감사를 실시하거나 주요 감사 보고서 처리가 중단될 수 있다.

감사원 내부에선 이르면 이달 16일부터 현장 감사를 중단하는 ‘감사 오프(off)’를 시행할 방침이다. 감사원 측은 “연말연초 기간 피감사기관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감사 오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조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1월 중순 전까지 주요 감사 결과가 도출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조 권한대행이 원장의 기존 업무 수행·유지를 넘어 신규 감사 시행과 인사 단행 등 감사원장의 고유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탄핵안 처리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입김이 감사원 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월권 논란 등 내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는 “권한대행의 업무는 기존 수장의 운영 방침을 유지·수행하는 정도에 국한돼야 바람직하다”며 “신규 인사를 단행하거나 정치적 감사를 지시한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