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시내의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은행권이 연말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대출 절벽 현상이 심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본 건전성 관리에 돌입한 은행들이 신규 대출자들이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공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후 탄핵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국고채·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뛸 경우 진정세를 보이던 은행 대출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최근 주요 시중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9일부터 타금융기관 대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15, 햇살론뱅크) 등은 계속 판매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5일에도 비대면 전용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 차원에서 전날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을 최대 1.4%포인트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 등 8종의 상품의 금리가 일제히 높아지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와 별도로 연장·재약정 고객에 대한 우대금리도 최대 0.5%포인트 축소하기로 했다.

여기에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환율이 1400원 대에 머무는 등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자본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을 더 닫는 분위기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며,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자본적정성 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높은 대출부터 줄여나가는 것이다. 신규 대출자의 진입을 막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소상공인·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공급도 보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측면에 더해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대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에 대해서도 대출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 상황에 따라 추후 대출금리가 뛰면서 실수요자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등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대출 금리도 연동해 상승하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603%에 장을 마쳤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일제히 상승했던 국고채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한 만큼 시장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을 안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