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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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에 갑작스레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두고 여권에선 대통령의 발언을 기초로 거야에 보내는 경고성이었다는 해석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6일 윤 대통령과 지난 4일 면담한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계엄 선포 한 시간 뒤 국회에 군을 투입하도록 하는 등 국회에 의원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고 말했다. 또 당시 대통령도 의원들이나 보좌진들이 출입증을 확인 후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인지, 사실상 허용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선 불복과 탄핵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한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게 복수 참석자의 일치된 설명이다. 윤 대통령을 면담한 당 중진 의원들은 마치 지령을 받은 것처럼 다음 날인 5일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 탄핵 등 폭주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폭주를 알리기 위해 의원총회를 공개로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계엄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주장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궤변이다. 그날 밤 국회 상황은 ‘전쟁터’와 다르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출입 봉쇄로 담을 넘었다. 다른 여야 국회의원들도 담을 뛰어넘어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출입이 막혀 경찰에 항의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기자들 역시 출입이 대다수 통제돼, 출입증을 보여주면 들여보내 준다는 게이트를 수소문해야 했다. 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내려왔고,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으로 진입했다.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를 보장하기 위해 본청에 들어왔나?

지난여름, 한동훈 대표는 계엄설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을 향해 “국정이 장난인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계엄설 괴담은 현실이 됐다. 계엄이 해제된 후 윤 대통령은 계엄이 경고성이었다고 말한다. 한 대표의 표현을 빌려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계엄이 장난인가.”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