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총사퇴 주장 일축하면서
국정 정상화 최우선 과제 지시

비상계엄 실패로 내각 동요가 극심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사태 수습 전면에 나섰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나온 내각 총사퇴 주장을 일축하고 계엄 실패 하루 만에 국정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내에선 야당의 탄핵 강행 및 극심한 국정 혼란에 대비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뤄졌던 전례들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총리는 전날 비상계엄 사태가 실패로 돌아간 지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정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정상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은 당초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일정 취소를 검토했다가 한 총리가 “평시 업무 체제를 유지하라”고 강조해 그대로 속행됐다. 한 총리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각 장관들에게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내각의 의무”라며 “내각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실패 후폭풍으로 불거진 국무위원들의 총사퇴 기류도 수습 국면으로 돌아섰다. 전날 한 총리와 국무위원의 간담회에서 일부 장관들이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는 등 총사퇴를 주장했지만, 한 총리는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내각이 사퇴해 국무회의가 중단되면 정책, 예산, 법률 등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없게 돼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진다”고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도 이날 각 부처 차관들과 비공개 차관회의를 열어 “국정이 엄중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차분히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실 내부에선 이르면 7일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강행하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고건·황교안 총리 시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관한 자료 검토에도 나섰다. 미리 대비하지 않을 경우, 행정부 마비는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4년 노무현 정부(고건 총리)와 2016년 박근혜 정부(황교안 총리)에서 있었던 두 차례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된 기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