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한국 국민에 대한 배신”
“한미동맹 시험대 올랐다” 지적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낮은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을 벗어나려는 정치적 수였지만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만 높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언론들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로 인해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3일(현지시간) 추핑후 동아시아국제관계연구소 공동 창립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고자 계엄령을 쓰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현재 일어나는 일은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와 한국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분석했다.

티머시 리치 웨스턴켄터키대 동아시아 전문 정치학 교수도 “1970년 초반 계엄령을 선포하고 당시 김대중 후보의 도전과 같은 국내 요인을 북한의 위협 탓으로 돌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황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국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이는 확산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날 홈페이지에 “4일 새벽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의 국내적 생존 가능성은 현재로는 불확실하다”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한미동맹은 물론 한국의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드릭 리튼 CNN 군사 전문가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불안정한 상황은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불안정성의 징조는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아시아에서 주요한 미국 동맹국 중 하나였는데, 이는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가 경쟁하는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계엄령이 한미동맹을 시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아시아 정치 담당 칼럼니스트인 카리스마 바스와니는 “활기차고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한국이 (계엄령 선포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리스트에 합류했다”며 “윤 대통령의 절박한 행동은 자신의 정치 경력을 지키려는 정치적 스턴트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 년간 깊이 자리 잡은 민주주의가 이룬 성공이 위험에 빠져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