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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국내증시 밸류업 위해
신뢰구축 등 근본적 개선 필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적 성장을 도모한 일본 증시의 체질 개선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일본 증시는 상장·유지 기준 강화로 상장기업 수가 대폭 줄었지만, 시가총액은 되레 증가했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일본 증시 재편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존 5개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개편하면서 신규 상장과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했다. 프라임 시장은 최상위 시장이라는 특징에 맞춰 상장 유지조건으로 유동 주식 시가총액 100억 엔(약 949억 원) 이상, 유동 주식 비율 35% 이상 등을 요구했다. 신규 상장은 ‘최근 2년간 순이익 25억 엔 이상’ 또는 ‘매출 100억 엔 이상이면서 시총 1000억 엔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이러한 상장 기준 강화가 일본 증시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김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프라임 시장 상장 기업 수는 2022년 7월 1838개 사에서 올해 4월 1652개 사로 줄어든 반면 시총 중앙값은 같은 기간 573억 엔에서 960억 엔으로 증가했다. 시총 1000억 엔 이상 기업은 125곳 늘어났지만 250억 엔 미만 기업은 287곳 감소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도 992개 사에서 올해 5월 703개 사로 줄었다. 보고서는 일본 증시를 선도하는 프라임 시장이 ‘양질의 기업’ 위주로 개편되면서, 기업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 증시는 반대였다. 일단 상장하면 퇴출이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국내 신규 상장 기업은 85개 사, 상장 폐지 기업은 10개 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신규상장·상장유지 요건을 개선해 시장의 신뢰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뒤 국내 밸류업 공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며“국내 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상장폐지 요건 등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