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소상공인 등 이자 지원에 2兆
내년도 비슷한 규모로 이뤄질 듯
일회성 지원 → 정례화 가능성도

순익 줄면 배당여력 감소 불가피
밸류업 계획 상충될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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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연일 ‘이자 장사’에 대한 뭇매를 맞고 있는 은행권이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조정과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 환급에 2조 원대 금융지원에 나선 은행들은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일단 서민과 취약 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회성’인 줄 알았던 상생금융 지원이 2년째 이어지는 상황을 두고 배당금 축소 등 경영 성과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내심 고민이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등은 내년 시행할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자금지원 방안과 규모 등을 논의 중이다. 사실상 ‘상생금융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상생금융의 핵심이 이자 환급이었다면, 이번에는 차주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와 관련,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전날 열린 ‘소상공인·지역상권 민생토론회’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보다 지속 가능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은행권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금융당국과 협의해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지원 방식 및 규모 등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이 구체적인 액수는 내놓지 않았지만, 금융권은 올해와 유사한 2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이자캐시백 프로그램’을 포함, 총 2조 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집행에 나선 바 있다. 은행권은 연체 전이더라도 상환에 어려움이 있는 소상공인 차주에 대해서도 소상공인 개별 상황에 맞춰 장기분할상환 전환, 만기 조정, 금리 감면 등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을 마련하고, 폐업자에 대해서는 ‘저금리·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은 겉으로는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면서 ‘이자 장사’ 논란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58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늘어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연간 이자 이익은 무려 50조 원으로 전망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상생금융 재원의 비용 처리로 올해 경영 성과가 무색해질 수 있는 데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과도 상충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 정책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순이익이 줄면 그만큼 배당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생금융에 대한 요구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