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제사회에 사실상 영토선언
필리핀, 큰 반발 예상… 긴장 고조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이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를 자국 영해로 포함한 영해기선을 공포한 데 이어 해당 내용이 표시된 해도와 관련 성명을 유엔에 제출했다. 중국이 사실상 국제사회에 자국 영토를 공식 선언한 것이어서 필리핀과의 영토 분쟁이 격화되고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3일 중국 인민해방군 공식 SNS 계정인 중궈쥔하오(中國軍號)는 겅솽(耿爽) 주유엔 중국 부대사가 전날 스테판 마티아스 유엔 법률담당 사무차장보에게 스카버러 암초를 자국 영해에 포함한 영해기선 해도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성명 및 해도는 유엔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중궈쥔하오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연해국은 자국 영해기선 해도 또는 지리좌표 사본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며 “이러한 협약 의무를 이행하는 차원이자 중국의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옌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라면서 지난달 중국 정부가 황옌다오 영해기선을 설정해 발표한 것에 관해서도 “법에 따라 해양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상적인 조치로, 국제법과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의 영해기선 해도 유엔 제출로 필리핀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필리핀과는 스카버러 암초 등을 두고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쏘는 등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 지역에 군과 해경을 동원해 연일 순찰 활동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10일 스카버러 암초를 중심으로 16개 점을 연결한 ‘황옌다오 영해기선’을 발표했다.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 해양 영역의 범위를 명확히 한 필리핀 해양구역법과 군도해로법에 서명하는 등 남중국해 영역을 법제화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