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착화 등 복합위기에
‘대통령중심 회의체 필요’ 판단
내수진작 대책 연내 발표할듯

대통령실이 전례 없는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대책회의를 상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부터 1%대 저성장이 고착해 장기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속출하자 ‘경제벙커회의’를 복원해 관계 부처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이달 중 내수·소비 진작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제 성장 불씨를 살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주재의 경제대책회의를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회의체를 가동하고 대외 공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경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윤 대통령이나 참모들이 주재하는 경제·안보점검회의를 상시적인 기구로 개편하거나, 새로운 명칭의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경제회의 상시화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저성장 고착화 문제와 민생 경제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통령 중심의 회의체 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청와대 지하별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인 ‘지하벙커회의’를 개최한 전례도 참고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도 취임 두 달 만인 2022년 7월 국무회의에서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민생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회의체는 지난 3월까지 23차례 열린 이후 중단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체감상 경제가 어렵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선 ‘벙커회의’의 상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안건 고갈 등의 이유로 무기한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전날 지시한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전년보다 증가한 카드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상향하는 등의 한시적 세제 혜택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성실하게 대출 이자를 상환하는 자영업자 등에 대한 금융지원방안은 은행권에서 연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제 혜택, 규제 혁신,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한 특단의 소비 진작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