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최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산업역학관계 집중해야” 지적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 경제가 성장 정체기에 빠져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새로운 무역 전쟁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3일 블룸버그 아시아 경제 분야 칼럼니스트 다니엘 모스는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나온 경제 경고(The Economic Warning Shot From a Close US Ally)’ 제목의 글에서 한국 경제가 암울한 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주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구조적인 수출 부진과 성장 하방 압력 등을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인정했다”며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확실히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저성장 국면에 놓인 한국의 물가가 1%로 떨어진 점은 한은의 통화 정책이 너무 오랫동안 긴축 상태를 유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쳐 경기 하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실기(失期)론’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으로 대미 무역흑자 상위국가를 타깃으로 하는 통상 정책 윤곽이 드러나면서 한국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며 “대(對)중국 관세 인상 등 통상 압박은 대부분 중국으로 향하겠지만, 중국 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주요 공장이 있는 등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은 미국에 상당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파트너인지, 적국인지 판단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대미 우회 수출에 타격을 입거나, 무역 상대국의 경제 타격에 따른 2차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1월 수출이 성장세로 돌아섰고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0%가량 증가하는 등 3분기에 성장이 재개됐다”며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수준도 보이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통화 완화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K-팝보다는 산업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음식이나 영화, 또는 K-팝 스타 이야기 등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린다”며 “이제는 소프트 파워에 집중하기보다 산업 역학 관계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