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 ‘트럼프 달래기’

ECB총재 “무역전쟁 대신 협상”
멕시코, 中과 거리두기 나서
“BYD 공장, 확정된 바 없다”
캐나다, 국경강화 방안 논의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편 관세 위협에 세계 각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며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유럽은 미국산 수입 확대를,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중국과의 거리 두기 및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 강화를 추진하며 무역 전쟁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복이 아닌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전 세계 수요가 감소하면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는 맞대응보다 협상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이 LNG와 방위 장비와 같은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2기는 “유럽에 명백한 위협”이라며 중앙은행 총재로는 이례적으로 비판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 귀환에 현실적인 방안 모색에 나선 것이다.

멕시코는 자국이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 측의 비판을 의식해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자동차 회사로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설치하겠다는 확실한 프로젝트 제안을 확인한 바 없다”며 “중국 전기차와 관련해 확정된 투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북미와 중남미 진출을 위해 멕시코 내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인 중국 전기차 업체 BYD를 언급한 것이다. ‘25% 관세 부과’를 언급한 트럼프 당선인에 거슬러 BYD 공장 설립을 마냥 반기지는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과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취임 첫날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에 국경 강화 논의에 나섰다. FT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27일 지방 지도자들과 만나 국경 강화를 위한 연방 정부 자금 지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의 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두 동맹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 관계들을 망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세 정책 재고를 요청했다. 수잔 델베네(워싱턴주)·돈 바이어(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은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된 관세 및 수입 쿼터 부과 권한을 없애는 내용의 ‘관세 남용 방지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 의회가 내달 종료 예정이라 통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