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대선전보다 0.2%P 내려
중국 빅5 시총 1주새 57조원 증발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 관세 부과 공약을 이유로 내년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미국 대선 전인 9월 때보다 하향 조정했다. 텐센트(騰訊), 알리바바(阿里巴巴) 등 중국의 5대 빅테크 시가총액은 지난 한 주간 410억 달러(약 57조 원)가 증발했다. 대중국 고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중국 경제가 ‘트럼프발 역풍’에 벌써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S&P 글로벌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도 중국 GDP 성장률을 4.1%, 2026년 성장률을 3.8%로 예상했다. 대선 전인 지난 9월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7%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S&P 글로벌은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행정부의 변화는 중국에 큰 도전을 안겨준다”며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의 관세 인상은 중국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다”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앞서 “미국이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중국의 GDP 성장률은 4% 미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이 확정된 이후 지난 한 주 동안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百度), 핀둬둬(多多), 징둥(京東)닷컴 등 중국의 5대 빅테크의 주가도 급락하면서 시총 410억 달러가 증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강경책에 대한 우려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이 맞물려 이 기업들에 대한 매도세가 더욱 심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9월부터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 나왔다. 내티식스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현재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5년 전보다 나쁘고, 강력한 봉쇄 방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했던 2022년보다도 훨씬 안 좋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 승리에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기업들은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펑신(鵬欣) 인터내셔널 마이닝의 자회사인 CAPM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오크니에 1100만 달러를 투자해 금 가공 공장을 열었다. 오크니는 남아공의 대표 금광 밀집 지역으로, 금 외 다이아몬드, 우라늄 등도 다량 매장돼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나에서도 중국 국영 광산업체 산둥(山東) 골드그룹이 자회사를 통해 대규모 금광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시드니대 중국연구센터의 로렌 존스턴 부교수는 “중국이 최근 더 많은 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불확실한 시기에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원자재를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자산 관리 회사인 FIM 파트너스의 거시전략총괄 찰리 로버트슨은 “만약 중국이 10년 후 대만을 공격한다면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금 매장량을 더욱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