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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동덕여대가 교내 시위 10일 만에 ‘남녀공학 전환 논의 잠정 중단’을 발표했지만, 학교와 학생 간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보다 학교의 ‘불통 행정’이 더 큰 문제라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동덕여대는 21일 남녀공학 추진 논의를 중단하고 다음 날부터 수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22일 학교에는 1교시를 앞둔 오전 9시까지 30명이 안 되는 학생들만이 교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수업 재개를 공지했다고 해서 갑자기 학생들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교수들이 녹화해둔 강의가 이번 주까지 있을 수 있다”며 “다음 주부터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교는 여전히 대자보·래커칠 등으로 ‘폐허’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등굣길에서 만난 학생들의 몸과 마음도 그래 보였다. 야외 시위에 참여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는 학생 이모(25) 씨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총장 직선제 논의 등 때도 학교 측과 소통이 잘 안 됐다”며 “학교에 대한 신뢰가 깨지다 보니 학교 측이 또다시 몰래 공학 전환을 추진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졸업생 A 씨는 “지난해 학생들은 캠퍼스 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뭉갰고 결국 교통사고로 학생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학과통폐합도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이뤄져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대학의 ‘불통 행정’은 동덕여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16년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추진을 반대하는 총학생회와의 합의를 깨고 방학 중 기습 추진해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이화여대에서는 평생교육 사업 도입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학교 측의 불통을 비판하며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였다.

동덕여대 내홍은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양측은 이미 시위 중 발생한 기물 파손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10일을 이끈 이번 시위가 재연되지 않으려면 학교 측은 학생들을 ‘어린 학생들’이 아닌 학교의 주인 중 하나로 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김린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