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우리나라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의 대부분은 정당 소속이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당제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정당은 헌법기관처럼 작동하며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정당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익만 대변하거나 정당 자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위기를 자초한다.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구성하면서, 입법권은 다수당이 주도적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이 국정 운영에 참여하고 영향을 미치면서 정당의 대표는 국가기관의 장(長) 이상의 대우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대선이나 총선에서 당대표는 정당의 얼굴로 활동하면서 국민의 대표가 돼 국정을 수행하기도 한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정당 대표의 입지나 위상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정당의 대표가 여러 범죄 혐의로 재판을 계속해 받게 되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19일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 유용 혐의로 기소됨으로써, 기존 ‘11개 혐의, 4개 재판’에 혐의와 재판이 1건씩 추가돼 재판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은 한국정당사에서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 대해 이 대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2번 더 남아 있다면서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대표에 대한 유죄판결에 대해 반발하면서 법치가 질식하고 사법 정의가 무너진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민심의 법정에서, 역사의 법정에서 이 대표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정치검찰의 해체를 촉구하면서 장외투쟁을 할 것이라고 한다.

거대 야당이 당대표의 유죄판결을 비판하며 반발할 수는 있다. 정당도 표현의 자유가 있고 비판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입법권을 행사하고 국정에 참여하는 정당이 국가기관의 합법적 기능과 작용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재판은 수사와 기소의 잘잘못을 판단하기 위해 받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의 재판에 대해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사법 질서를 부정하는 일이다.

재판의 결과에 불복하면 소송법에 따라 항소하고 상고하면 된다. 사법절차에 불복해 장외투쟁을 한다면, 이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며 헌법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다. 판결에 불복하고 반발하는 것도 헌법 질서 내에서 해야 한다. 더구나 민주당은 입법부인 국회의 제1당으로서 국회를 구성하는 공당인 이상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에 대한 의무와 책임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이 대표는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2019년 이재명 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의 재판에 출석한 증인에게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위증하도록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면 위증교사죄가 돼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위력으로 사법 진실을 가리려 한다면 이는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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