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代 도수치료에만, 실손보험금 463억 샜다

키 성장·자세 교정 돕는다며
고가 물리치료 유도하는 병원들
수험생 대상 다이어트 주사 등
미용 목적으로 청소년 현혹도

과잉땐 보험금 지급 안될 가능성

성장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수치료가 횡행하면서 관련 실손 보험금 지급도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거북목·척추측만증 교정으로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부모를 유혹해 고가의 도수치료를 유도하는 병원들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도수치료 할인 이벤트에 다이어트 주사를 끼워 파는 등 치료 외에 실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다양한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21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대형 손해보험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에서 11~20세 청소년이 받아 간 물리치료 관련 실손 보험금이 462억9698만 원에 달했다. 청소년 대상 물리치료 실손 보험금은 2021년 411억8517만 원에서 2022년 463억2767만 원, 지난해 534억1414만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보다 지급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의료기관들은 도수치료가 자세 교정을 통해 성장 촉진, 학습능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며 학부모들에게 ‘성장 도수치료’를 권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대개 거북목, 경추 돌출, 어깨·등 통증 등 가벼운 증상의 진단에도 도수치료를 받는다.

성장기 도수치료가 성행하다 보니 물리치료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소아청소년과 등에서도 도수치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5대 손보사(메리츠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가 올해 9월까지 소아청소년과에 지급한 물리치료 실손 보험금은 22억5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0%나 급증했다.

도수치료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의료계 안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는 ‘근골격계와 거리가 먼 진료과에서 도수치료가 광범위하게 시행돼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과잉 도수치료는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지난 2022년 평발 진단을 받고 도수치료를 23회 받은 8세 아동의 경우 보험사로부터 실손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바 있다. 의료자문 결과 ‘근력 강화를 요하는 환자에게 스트레칭 기반의 도수치료를 했다’며 합리성이 없는 치료라는 소견을 받았기 때문이다. 척추측만증을 진단받은 경우 대체로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으나, 3세대(2017년 4월 이후)·4세대(2021년 7월 이후)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도수치료 횟수와 보장 금액이 각각 연 50회, 350만 원으로 제한된다.

최근에는 수능을 본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도수치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병원도 부지기수다. 도수치료에 다이어트 주사나 체형 검사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기도 한다. 사실상 치료 외 미용 목적의 도수치료로 의심할 여지가 있는 행위다.

이런 현상은 실손보험에 도수치료에 관한 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은 도수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횟수와 치료 기간, 실시 주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손보 5개사가 올해 1~9월 물리치료에 지급한 실손 보험금은 1조3596억 원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도수치료 횟수와 가격 등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