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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일사천리 통과 전망
‘북한 수준 독재국가’ 우려

중남미 국가 니카라과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공동대통령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현재도 정·부통령직을 나눠 가진 급진 좌파 성향의 부부인 다니엘 오르테가(사진 오른쪽) 대통령과 로사리오 무리요(왼쪽) 부통령이 공동 대통령이 돼 모든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니카라과가 북한 수준의 독재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니카라과 매체 라프렌사와 엘19디히탈 등은 니카라과 의회가 ‘공동 대통령’(Co-presidente y Co-presidenta) 체제를 공식화하는 개헌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니카라과 국회도 이날 X에 “정부에서 보낸 헌법 개정안이 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재적 의원 90명 중 76명이 여당 소속 또는 친(親)여당 계열인 니카라과 국회가 정부에서 제출한 각종 법안을 지금까지 신속 처리해온 만큼 이번 개헌안 역시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헌법에 ‘공동 대통령’이라는 개념을 명문화하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번 개헌안에는 공동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행 5년인 임기는 6년으로 변경되며 대통령은 입법·사법부 및 선거기관, 감사기관, 수사기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라프렌사는 이 같은 내용이 “대통령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른 정부 기관의 독립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집권 여당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깃발을 ‘애국적 상징’으로서 국기와 동등한 개념으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헌법에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기를 국기처럼 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조치를 두고 라프렌사는 ‘오르테가 독재 정권으로 가는 북한식 개인숭배’라고 평가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해 7월 북한과 상호 대사관 개설에 합의했으며, 올해 4월에는 한국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대사 임명을 철회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