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협치 없이 극한대결

연금·저출생 등 현안조율 안해

17∼21대 국회 개원 첫해엔
최대 15개 등 18∼50% 꾸려

22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현재까지 2개 이상의 상임위원회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중요 현안을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꾸리는 특별위원회가 단 1개도 구성되지 못했다.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해 연금, 저출생, 지역소멸, 첨단산업 지원 등 국가 중요 현안을 논의할 테이블조차 만들지 못한 셈이다. 상대 정당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비토크라시’가 이번 국회에 팽배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국회 회의록을 통해 17∼22대 국회 개원 ‘첫해’ 특위 구성 현황을 살펴보면 이번 국회 들어 구성된 특위는 0개로 집계됐다. 21대 때 2개(전체 중 첫해 구성된 특위 비율 18.2%), 20대 때 10개(50.0%), 19대 때 9개(32.1%), 18대 때 15개(50.0%), 17대 때 9개(31.0%)였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21대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해당 국회 전체 특위 중 30∼50%가 임기 첫해 만들어졌다.

이번 국회 들어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특위를 꾸려 퇴직·기초연금 등 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재구성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에 담긴 주요 내용에 반대하며 거절했다. 여야는 지난 18일에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연금특위와 기후특위, 국회윤리특위 구성 논의를 시작했다.

다른 정당 의원이 꼭 한 명씩 포함돼야 하는 국회 연구단체를 살펴봐도 여야 의원이 공동 대표인 의원연구단체 비율은 전체의 29.9%(전체 67개 중 20개)로 직전 국회 당시 35.9%(전체 64개 중 23개)보다 적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화와 타협의 질서가 있을 때 구성될 수 있는 특위가 이번 국회에서 아직 한 개도 구성되지 않았다는 건 비토크라시가 극심한 여야 간 전쟁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