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1일 오전 부산시 기자실에서 지하사고조사위원회가 사상~하간 간 도시철도 지하선로 공사 구간의 땅꺼짐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양환경 무시한 차수시설 설계 변경
조사위, 안전성 확보 및 공법 보완 권고
모래층 간극 메우기·유출수 대책 등 조치 필요
"부산시, 사고 재발 방지책 마련 약속"

부산=글·사진 이승륜 기자



지난 여름 발생한 사상~하단 간 도시철도 지하선로 공사 구간의 땅꺼짐 현상의 원인은 주변 토양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차수벽 설계 변경으로 인한 시공 문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는 지하사고조사위원회와 함께 지난 8월 20일과 21일에 잇따라 발생한 사상~하단선 도시철도(1공구) 주변 지반 침하 사고의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 20일 사상구 새벽로 122 일대에서 1.5m 깊이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 사고는 인근 우수관 역류로 발생한 누수로 차수벽에 구멍이 생긴 뒤 흘러들어간 우수가 유실토와 함께 굴착된 구간으로 빠져나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사고 지점 주변 선로 공사를 위한 차수벽 설계 당시 연약지반을 고려해 콘크리트 말뚝을 겹쳐 시공하는 흙막이 벽체 공법이 선택됐다. 그러나 지하매설물인 우수·오수 관로와의 충돌로 처음 설계된 공법을 적용하기 어려워, 그라우팅 공법으로 변경됐다. 그라우팅 공법은 H 형 강재 말뚝을 일정 간격으로 땅속에 삽입하고, 그 사이에 콘크리트 토류판을 설치한 뒤, 시멘트 물을 주입해 차수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고 지역은 지하 수위가 높은 얇은 모래층으로 구성돼 있어, 그라우팅 공법으로 모래 간극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어 차수 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일 50㎜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오수 관로에 역류 현상이 발생했고, 그라우팅 공법이 적용된 지하부로 물과 유출토가 빠져나가면서 땅꺼짐이 발생했다.

또 같은 달 21일에는 동서고가 하부 가야대로변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는데, 위원회는 기존 우수 박스와 신설 박스의 접합부 파손으로 유출수가 지반을 약화시켜 침하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사고 조사위는 설계 변경된 차수 공법이 적용된 구간에 대해 지하안전법에 따른 위험도 평가를 실시하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수 기능 강화 공법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흙막이 판 뒤편의 모래 간극을 시멘트로 채우는 등의 보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로 공사 구간에서 유출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측 값이 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종합 분석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조사위의 결과와 권고 사항을 부산교통공사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해 신속히 조치할 것"이라며 "지반 침하 사고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