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1일 국회에서 만난 이시바 일본 총리(오른쪽)와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중의원 선거 참패로 연립정권 재편에 나선 자민당이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이 요구한 ‘103만엔의 벽’ 인상에 합의했다. 연립여당(자민·공명)이 야당에서 요구한 정책을 반영한 경제 대책을 내놓으며 연립 정권 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연립여당과 제3야당 국민민주당의 정조회장이 전일 국회에서‘103만엔의 벽’ 인상 등이 포함된 정부 경제 대책 수정안에 합의했다. 이날 협의를 통해 각 당은 103만엔의 벽 인상을 오는 2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정부 경제 대책에 담을 예정이다. 연립여당이 국민민주당의 핵심 경제 공약을 수용하고, 국민민주당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조기 통과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합의에 대해 "이시바 정권이 사실상의 ‘부분 연정’에서 처음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30년 만에 소수여당 체제에 놓인 연립여당이 대야 협력을 위한 시금석은 ‘103만엔의 벽’ 허물기였다. 국민민주당은 부분 연정의 핵심 조건으로 근로 소득자의 면세 기준을 178만엔(약 1604만 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재신임받을 수 있게 도와준 연정 파트너 국민민주당의 핵심 공약을 반영하는 등 폭넓은 정책 협의를 통해 부분 연정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103만엔의 벽은 근로소득자 연 수입 비과세 범위가 103만엔(약 928만원)인 데서 비롯된 말로, 시간제 근로 수입 등을 합해 소득이 103만엔을 넘으면 오히려 납세자에게 손해가 되는 상황을 뜻한다. 이 숫자가 ‘벽’으로 지적된 이유는 다른 가족이 부담해야 할 세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23세 미만 대학생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의 경우 자녀의 연 소득이 103만엔을 넘으면 특정 부양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와 함께 경제 대책 수정안에는 휘발유 가격 상한선을 1리터당 185엔으로 하는 등 휘발류 감세 검토도 담겼다. 한편 합의문에는 "앞으로도 정책 중심의 협의를 계속한다"고 기재됐지만 2025년 본예산과 세제개편 논의에 대해 국민민주당은 "우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즉시 협상을 탈퇴하겠다"고 밝혀 부분연정의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