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의 풍경 하나, 핼러윈데이를 앞둔 10월 마지막 주말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 곳곳에서 코스튬을 한 채 핼러윈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시민들은 분장을 지운 뒤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시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주요 거리 출입도 제한됐고, 핼러윈 장식이나 행사도 금지됐다. 중국 당국은 그 이유로 “공포와 혐오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경 둘,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 ‘야간 라이딩’ 문화가 확산 중인 가운데, 지난 8일 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대학생들이 자전거를 탄 채 50여㎞ 대로를 가득 메우자 교통 당국은 도로를 폐쇄하고 공유 자전거 진입을 금지했다. 대학들은 재학생들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불순한 인사와 해외 적대 세력이 침입해 폭동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풍경 셋,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친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 차량 돌진 사건 이후 현장에서 추모 꽃다발이 사라졌다. 시민들이 두고 간 추모 꽃다발이나 촛불, 술병 등은 현장 보안요원들에 의해 압수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SNS에서도 사건 관련 영상이나 게시물은 빠르게 삭제됐다. 경찰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적대적인 세력이 현장에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무엇이 그리 두려울까. 금지하고 차단하는 중국 정부의 각종 조치에선 중국 당국의 ‘불안’과 ‘두려움’이 읽힌다. 이전과 달리 아무리 미디어 통제를 강화해도 SNS를 통해 소식들이 전해지며 여론을 형성한다. 당국의 인터넷 통제를 우회하게 해주는 가상사설망(VPN) 사용도 늘어 많은 일반 시민이 유튜브를 보고, 뉴욕타임스(NYT)를 읽으며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즐긴다.

이전엔 개인의 자유를 조금 빼앗기더라도 급성장하는 경제가 이를 상쇄해줬다. 배가 부르고 방이 따뜻하다면 자유를 조금 반납하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 아무리 경기부양책을 내놓아도 효과는 미미하고 각종 할인 행사에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으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정부로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시민들의 소요가 두렵고 불안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중국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학술 주점’으로 달려가고, SNS에 욕설로 사용되는 글자 ‘操(차오)’를 찍어 올리며 반항한다. 스스로를 소와 말에 빗대 조롱하고 자학하며, 그렇게 분노를 표출한다.

중국 당국의 불안은 더 강력한 통제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잇따른 ‘묻지마 범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사전에 범죄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갈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를 자부하는 중국은 최고 지도자의 지시사항을 즉각 이행할 것이고, 이는 더욱 강력한 통제 조치를 가져올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 사회 전반에 퍼져가는, 시민들의 마음 깊숙이 스며든 사회에 대한 불만까지 막을 수 있냐는 데 있다. 통제가 강할수록 저항은 뒤따른다. 이미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때 충분히 겪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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