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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유태훈(35)·배한님(여·32) 부부

“너, 선배랑 사귀는 거 아니야?”

직장 동기들 질문에 저(한님)는 그런 일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죠. 그런데 웬걸요? 정말 남편이 그날 제게 고백을 하는 거예요. 남편이 제게 관심이 있다는 걸 저만 모르고 있었던 거죠.

남편은 제 직장 선배였어요. 남편은 처음 봤을 때부터 눈이 가는 훈남이었어요. 키가 183㎝에 누가 봐도 준수한 외모였거든요. 하지만 막상 인사를 해도 데면데면하기에 꽤 시크하고 차갑다고 느꼈어요. 3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남편이 제게 장난을 많이 쳤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저 장난기 많은 선배라고만 생각했어요.

결정적으로 남편의 마음을 알게 된 건 회사 워크숍 때였어요. 제가 사진을 찍어달라니까 자기 얼굴이 같이 나오도록 셀카를 찍길래 원래 자의식이 강한 사람인가보다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동기들이 둘이 사귀냐고 묻더라고요. 늘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걸어 다니던 오빠가 워크숍 내내 계속 제 주변을 맴돌고 종일 옆에 붙어 다녔거든요. 워크숍도 간단히 얼굴만 비치고 가던 사람이었는데, 나중에 2차로 간 술집까지 따라오는 걸 보면서 다들 제게 마음이 있다고 확신했나 봐요.

실제로 그날 남편이 제게 고백을 했지만, 전 사내연애가 부담스럽다며 거절했습니다. 그 뒤로 남편과 진지한 대화 끝에 ‘비밀 연애’를 조건으로 만나기 시작했죠. 물론 얼마 안 가 모두 들통나긴 했지만요. 둘이 같은 날 쉬는 일이 많으니 다들 눈치채더라고요.

남편과 저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전세 사기를 당했습니다. 눈물이 없던 오빠가 밥 먹으면서 울기도 했는데 참 슬프더라고요. 다행히 보증 보험을 들었던 덕분에 구제받을 수 있었는데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 시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둘이라 잘 헤쳐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22년 10월 결혼한 저희는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세 식구가 더 행복하게 살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